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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할 고민을 임상적 언어로 진단하다 - 최신 일본드라마 멘탈헬스(メンタルヘルス) 트렌드


넷플릭스 드라마 <S와X>의 원작인 타다 모토오 작가의 만화 'S와X ~테라피스트 시모토리 이치토의 고백~' 일러스트 표지 이미지

출근길 러시아워로 붐비는 역 플랫폼. 정신과 의사 겸 섹스 테라피스트 시모토리 이치토(霜鳥壱人)는 실수로 테라피용 교구를 플랫폼 한가득 쏟아버립니다. 쏟아진 교구를 주워 담느라 진땀을 빼는 그의 모습은 지나치게 성실한 나머지 오히려 '변태 취급'까지 받고 마는 서투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가 운영하는 '시모토리 클리닉'에는 섹스리스, 발기부전, 섹스 의존증, 성적 트라우마 등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옵니다. 2026년 8월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S&X(SとX)>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름 붙일 수 없던 고민에 이름을 붙이다

타다 모토오(多田基生)의 만화「S와X ~테라피스트 시모토리 이치토의 고백~(SとX〜セラピスト霜鳥壱人の告白〜)」(고단샤「모닝」)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라는 대사로 요약됩니다. 

시모토리는 환자를 재단하거나 훈계하지 않습니다. 그저 각자의 고민을 임상적인 언어로 정리하고, 그 안에 숨은 진짜 원인을 함께 찾아 나갈 뿐입니다. 그런 그도 중학교 동창 이치노세 유미(市之瀬佑美)와 재회해 설렘을 느끼면서도 정작 연애 앞에서는 주저하는 말 못 할 사정을 안고 있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남을 치유하는 사람 역시 스스로는 미완의 존재라는 설정이 이 드라마를 단순한 상담 사례집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는 인간적인 이야기로 만들어 줍니다. 흥미로운 건 성적 트라우마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를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대신 테라피 과정 자체를 서사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입니다. 

원작 후속작은 2026년 1월부터 SNS를 매개로 한 성범죄 피해까지 다루며 연재를 이어가고 있어 시대에 맞춰 소재의 범위를 계속 넓혀가는 중입니다.

숫자로 드러난 마음 - 아파도 털어놓지 못하는 현실

이런 서사가 필요한 이유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인사 컨설팅업체 마이셰르파가 2024년 20~59세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카운셀링이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약 55%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조사에 참여한 정신과 전문의는 40~50대가 정신적 어려움이 있어도 계속 일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정작 경찰청 자살통계를 보면 40~50대 자살자 수가 가장 많다고 지적하며, '정신적 강인함'에 대한 과신이 오히려 위험 신호를 가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 조사기관이 발표한「2024 Mind Health Report」에서는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일본인 비율이 22%로, 조사 대상 16개국 중 가장 높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카운셀링 이용률은 여전히 구미권보다 낮은 편인데 이런 간극을 메우려는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디지털 멘탈헬스 시장은 2023년 1,450억 엔에서 2035년에는 1조 엔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름 없는 불안에 대처하는 일본 드라마의 자세

비슷한 시기 방영중인 드라마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Tシャツが乾くまで)>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됩니다. 극 중 인물 미쓰루(充)는 결혼 생활 중 예고 없이 사라지곤 하는 자신의 성향을 '실종벽(失踪癖)'이라 부르며 스스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반복되는 행동을 단순한 성격 탓이 아니라 이름 붙일 수 있는 하나의 패턴으로 바라보는 겁니다. 서로 다른 두 작품이 같은 계절에 인물의 마음을 임상적인 언어로 짚어내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낙인 없이 자신의 어려움을 설명할 언어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요즘 일본 드라마가 인물을 그리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마무리

<S&X(SとX)>와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Tシャツが乾くまで)>가 남기는 여운은 결국 사람을 향합니다. 남을 치료하는 전문가도 결혼 생활을 지키려는 평범한 이도 저마다의 말 못 할 결핍을 끌어안고 살아갑니다.

나의 모난 구석과 서툰 마음에 낙인 대신 '이름'을 붙여주는 일.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극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다정한 언어 하나일지 모릅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후천적 청각장애를 다룬 드라마가 실제로 일본에 수어 붐을 일으킨 사례를 통해 장애를 그리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흐름을 짚어보겠습니다.


*S와X 관련 정보는 오리콘뉴스, Yahoo!뉴스(TVガイドWeb·영화채널 제공 기사), 코믹데이즈·마이나비뉴스의 원작 만화 소개, ciatr의 원작 최종화 해설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의'실종벽' 설정은 필름마크스 시청자 리뷰와 드라마로그의 회차별 정리를 바탕으로 확인했습니다. 멘탈헬스 관련 통계는 마이셰르파의「メンタルヘルスとカウンセリングに関する意識・実態調査」(2024)와 Smart상담실이 인용한「2024 Mind Health Report」, 이크라우드 주식회사의 디지털 멘탈헬스 시장 전망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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