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유행어 대상 세대 갈등 코미디, 일드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不適切にもほどがある!)' 분석

 

쇼와 시대의 열혈 체육교사가 레이와 시대로 타임슬립하며 벌어지는 세대 공감 코미디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이미지
일드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不適切にもほどがある!)> 참고 이미지

1986년, 중학교 체육교사 오가와 이치로(小川市郎)는 담배를 피우며 버스로 귀가하다 깜빡 졸고 맙니다. 눈을 뜨자 팬티가 보일 듯한 짧은 치마를 입고 귀에서 우동 가락 같은 것을 늘어뜨린(이어폰을 낀) 여고생이 버스에 올라탑니다. 

위화감을 느낀 이치로가 지적하자 오히려 승객들은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치로야말로 이상하다며 언쟁을 벌입니다. 당황해 도망치듯 버스에서 내린 그의 눈앞에 펼쳐진 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옷차림의 사람들과 어딘가 달라진 거리 풍경이었습니다. 그는 1986년에서 2024년으로 쇼와(昭和)에서 레이와(令和)로 순간이동한 것입니다.

쇼와(昭和) 아저씨가 레이와(令和)에 떨어진다면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不適切にもほどがある!)>는 체벌을 '사랑의 매'라 부르며 당연시하던 쇼와(昭和)의 체육교사를 컴플라이언스로 촘촘하게 둘러싸인 레이와(令和) 사회에 그대로 던져 놓습니다.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 TBS 수요드라마로 방영됐고 각본은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池袋ウエストゲートパーク)>, <아마짱(あまちゃん)> 등을 쓴 극작가 쿠도 칸쿠로(宮藤官九郎)가 맡았습니다.

극 중에는 레이와 시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여겨질 만한 표현이 나올 때마다 이를 짚어주는 주의 자막이 매회 여러 차례 삽입되는데 이는 이 드라마의 명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매회 마지막에 뮤지컬 장면이 삽입되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 작품의 줄임말인 '후테호도(ふてほど)'는 2024년 '신어·유행어 대상' 연간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방영 당시 일상적으로 쓰이던 유행어라기보다는 컴플라이언스로 꽉 막힌 2024년의 세태를 유쾌하게 풍자한 이 드라마의 상징성을 인정받은 결과였습니다. 그해 일본 사회에서 가장 널리 회자된 최고의 화제작임을 증명한 셈입니다.

화면 밖의 숫자 - 정말 그렇게 달라졌을까

이치로가 느끼는 낯섦은 과장이 아닙니다. 

세이브더칠드런재팬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체벌을 용인하는 어른의 비율은 약 6할에서 약 4할로 줄었습니다. 2020년 시행된 개정 아동학대방지법은 친권자의 체벌까지 명시적으로 금지했고 후생노동성은 '체벌 등에 의하지 않는 육아를 위하여'라는 자료를 통해 체벌이 아동 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을 계속 알리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한 채용 관련 연구소의 2025년 조사는 지금의 3040·50대야말로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세대라고 짚습니다. 예전이라면 '지도'로 넘어갔을 말과 행동이 지금은 파워하라(パワハラ·직장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괴롭힘)로 지적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체벌이든 직장 내 언행이든 예전에는 당연했던 것이 지금은 아니게 된 영역이 확실히 넓어졌다는 뜻입니다.

서로의 시대를 이해한다는 것, 그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지점은 어느 한쪽 시대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치로의 거침없는 언행은 레이와의 기준으로 보면 분명 문제적이지만 동시에 그는 상대의 고민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물로도 그려집니다. 

반대로 레이와에서 쇼와로 함께 타임슬립한 사회학자 사카에(向坂栄)는 데이터와 이론으로 무장했지만 정작 눈앞의 사람 마음은 잘 읽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이야기는 이치로 한 사람만 오가는 게 아니라 양방향으로 진행됩니다. 

같은 날, 1986년의 이치로 딸 오가와 준코(小川純子) 앞에는 사카에의 아들이자 레이와(令和)에서 함께 타임슬립해 온 중학생 무코사카 키요시(向坂キヨシ)가 나타나 대뜸 고백을 합니다.

쇼와(昭和) 사람이 레이와(令和)를 낯설어하는 동안 레이와(令和) 사람 역시 쇼와(昭和)의 거침없는 인간관계 앞에서 서투르게 부딪히는 셈입니다. 쇼와(昭和)를 무작정 그리워하지도, 레이와(令和)를 일방적으로 편들지도 않으면서 두 시대 모두에 놓친 것과 얻은 것이 있다는 걸 담담하게 보여주는 구조입니다.

참고로 2024년 8월에는 한국에서도 이 드라마의 리메이크 제작이 발표됐는데 세대 갈등이라는 소재가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드라마에서 두 시대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듯 시청자들은 지금의 삭막함 속에서 잃어버린 온기를 돌아보게 된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不適切にもほどがある!)>는 타인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법을 묻고 또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 준 화제성있는 작품이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테라피스트(セラピスト)가 주인공인 넷플릭스 신작을 통해 등장인물의 마음을 임상적 언어로 짚어내는 요즘 일본 드라마의 흐름을 짚어보겠습니다.


*체벌 용인 비율 통계는 세이브더칠드런재팬의「体罰等に関する調査」와 일본 후생노동성의「体罰等によらない子育てのために」(2020)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직장 내 세대 간 가치관 차이는 Job총연구소의「昭和と令和の"はたらき方ギャップ"を読み解く」(2025) 조사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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