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활동(就活)에서 시작된 '종활(終活)' 트렌드 : 2025 일본 사회의 웰다잉 분석

 

혼자서 삶의 마지막을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혼자서 죽고 싶다(ひとりでしにたい)>와 함께 어울려 활기찬 노년을 꾸려가는 <종활 셰어하우스(終活シェアハウス)>의 대비를 담은 이미지
'종활'을 주제로 한 드라마 참고 이미지 

화려한 커리어우먼으로 여유로운 독신 생활을 즐기는 듯 보였던 이모가 어느 날 고독사한 채로 발견됩니다. 검게 변한 시신으로 뒤늦게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미술관에서 학예사로 일하는 35세 미혼 여성 야마구치 나루미(山口鳴海)의 인생을 뒤흔듭니다. 

죽는 건 무섭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 그렇다면 누구보다 당당하게 나는 혼자서 죽어주겠다. 그렇게 나루미의 삶은 혼활(婚活)에서 종활(終活)로 방향을 틀게 됩니다. 

2025년 NHK에서 방영된 드라마 <혼자서 죽고 싶다(ひとりでしにたい)>는 문화청 미디어예술제 만화부문 우수상을 받은 원작을 바탕으로 아야세 하루카(綾瀬はるか)가 나루미 역을 맡아 전 6화에 걸쳐 이 '종활 저니'를 그려냅니다.


'종활(終活)' 트렌드의 탄생

드라마 혼자서 죽고 싶다의 부제처럼 종활은 원래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더 잘 죽기 위해 더 잘 사는 법'을 찾는 활동으로 제안된 말이었습니다. 2009년 8월부터 12월까지 슈칸아사히(週刊朝日)에 연재된「현대 종활 사정(現代終活事情)」이라는 기사가 이 말의 시작이었습니다. 

같은 잡지 부편집장이었던 사사키 히로토(佐々木寛人)가 만든 조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듬해인 2010년 신조어·유행어대상 후보에 올랐고, 2012년에는 톱10에 선정되며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취업활동(就活)'의 아날로지로 만들어진 '혼활(2007)'과 '종활(2009)'이 2년 간격으로 연달아 나온 셈인데 결혼도 죽음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찾아오길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준비하고 계획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는 인식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데이터로 보는 '종활' - 알지만 아직 시작하지 못한 일

종활을 둘러싼 통계에는 흥미로운 간극이 있습니다. 하루메쿠 생활연구소가 60~74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조사에서 '종활이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77.1%에 달했지만, 실제로 '이미 종활을 시작했다'고 답한 사람은 42.4%에 그쳤습니다.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2025년 조사에서는 종활을 시작한 층이 44.0%로 소폭 늘었고, 종활에 들어간 평균 비용은 약 503만 엔으로 집계됐습니다.

 최근에는 무덤을 정리하는 '하카지마이(墓じまい)'나 연하장 보내기를 그만두는 '넨가조지마이(年賀状じまい)'처럼, 무언가를 내려놓는 방식의 종활도 늘고 있습니다. 

야노경제연구소는 고령화가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는 일본에서(2024년 기준 고령화율 약 30%) 종활 관련 비즈니스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혼자 준비하는 삶과 함께 살아가는 삶 사이

같은 해 방영된 또 다른 작품 <종활 셰어하우스(終活シェアハウス)>는 종활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그립니다. 취업 준비에 지친 대학생이 68세 여성 세 명이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의 잡무 담당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넷이 합쳐서 272세'라는 이들의 활력과 그 안에 자연스레 스며든 경도인지증 같은 노년의 현실이 함께 그려집니다. 

혼자서 죽고 싶다가 '결국 혼자 죽기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 한다'는 개인의 다짐에 초점을 맞췄다면 종활 셰어하우스는 그 잘 사는 방법 중 하나로 '함께 사는 삶'을 제시하는 셈입니다. 같은 해에 나온 두 드라마가 종활이라는 같은 주제를 혼자 준비하는 결심과 함께 나누는 관계라는 서로 다른 결로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두 작품 모두 죽음을 무겁게만 다루지 않고 코미디 형식을 빌려 왔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혼자서 죽고 싶다(ひとりでしにたい)>는 사회파 '종활 코미디'를, <종활 셰어하우스(終活シェアハウス)>는 세대 간 유머와 감동이 오가는 '휴먼 코미디'를 표방합니다.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가 아니라 웃으면서도 곱씹게 되는 방식으로 죽음을 다루는 것 자체가 요즘 종활 콘텐츠의 공통된 화법인 셈입니다.

마무리

죽음이라는 주제는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고 두렵게 다가오지만 일본의 두 드라마 <혼자서 죽고 싶다(ひとりでしにたい)>와  <종활 셰어하우스(終活シェアハウス)>는 이를 유쾌하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며 잔잔한 해답을 건네줍니다. 

드라마를 감상하고 난 뒤 종활이란 단순히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작업이 아니라 남은 생을 더욱 온전하고 당당하게 살아내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트렌드가 주목받는 날이 올까요?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2024년 신조어·유행어대상 연간대상을 수상한 화제작을 통해 쇼와(昭和) 세대와 레이와(令和) 세대의 가치관이 부딪히는 타임슬립 드라마 열풍을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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