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에 도장만 찍었을 뿐인데 어느새 진짜 부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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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약 커플 참조 이미지(이미지 생성: Manus AI) |
'계약'이라는 형식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
흥미로운 점은 레이와 시대 들어 이 클리셰가 유독 자주 그리고 다양한 변주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2년 Amazon Prime Video 오리지널 <결혼한다는 게 정말인가요(結婚するって、本当ですか)>에서는 해외 파견을 피하려는 두 동료가 서로의 필요로 '계획 결혼'을 시작했고 2023년에는 세 편의 계약·위장 결혼물이 동시에 방영되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왕에게 바치는 약지(王様に捧ぐ薬指)>(2023)는 웨딩플래너와 재벌가 후계자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맺어지는 '메리트혼'을 그렸고, <거짓 결혼(ウソ婚)>(2023)에서는 인기 많은 건축가가 소꿉친구에게 반년짜리 '가짜 결혼'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8세 신부 불륜합니다(18歳、新妻、不倫します。)>(2023)는 연애와 불륜조차 허용되는 위장결혼을 다루었습니다. 결혼이 순수한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하나의 '계약'이나 '거래'로 그려지는 빈도가 레이와 시대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셈입니다.
혼인율 감소가 만든 새로운 결혼 서사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실제 사회 통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연간 혼인 건수는 2000년 약 80만 쌍에서 2020년 약 50만 쌍으로, 20년 사이 약 40%가량 줄었습니다. 동시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함께 살지 않는 형태의 관계인 '사실혼', '통근혼' 등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제 '결혼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린다'는 통념은 더 이상 다수의 공감을 얻는 가치관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드라마는 오래전부터 시청자의 '공감'을 원동력으로 삼아온 콘텐츠입니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루는 전통적인 서사를 현실감 있게 공감하기 어려워진 시청자들에게 조건과 계약으로 시작되는 관계는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핵가족화로 전형적인 홈드라마가 자취를 감췄듯 결혼을 소재로 한 드라마 역시 형태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일본 매체의 한 칼럼도 이제 드라마 속에서조차 결혼은 인생의 목표도 사회적 지위도 아니라고 짚은 바 있습니다. <출처: https://diamond.jp/articles/-/328193 참조>
'계약'이라는 안전장치가 주는 위안
생각해 보면 계약연애 설정이 주는 매력은 역설적으로 '안전함'에 있습니다. 시작부터 조건과 기한이 정해져 있으니 상대에게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줄어들고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감정이 서로의 일상에 스며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는 그대로 남습니다. 관계에 대한 부담은 낮추면서 설렘은 놓치고 싶지 않은 요즘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 클리셰가 정확히 겨냥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혼이 목표가 아니게 된 시대
결국 레이와 시대 들어 계약연애·계약결혼 클리셰가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결혼이 더 이상 절대적인 인생의 목표나 사회적 지위로 여겨지지 않게 된 시대상을 드라마가 안전한 형식적 장치를 빌려 담아내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계산적으로 시작된 관계가 진짜 감정으로 발전하는 서사 구조는 계약이라는 틀 안에서도 진심은 생겨날 수 있다는 작은 위안을 건넵니다. 앞으로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결혼'을 그리는 일본 드라마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나이 차이가 있는 연상연하 커플이 유독 늘어난 최근 드라마들을 통해 달라진 일본의 연애 나이 규범을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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