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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 연애 이미지 (이미지 생성: Gemini) |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시절
사실 사내연애물은 일본 드라마에서 오래된 정석입니다. 매일 얼굴을 보고 같은 프로젝트를 맡고 회식 자리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는 것. 로맨스가 싹트기에 사무실만큼 좋은 무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이후 이 당연한 전제 자체가 흔들렸습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회사 동료와 마주치는 일이 화상 회의 화면 속 네모칸 안에서나 가능한 시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던 날들
일본 기업의 재택근무 실시율은 2021년 21.4%까지 치솟았습니다. 사이보즈 팀워크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이 시기 재택근무 중 업무와 무관한 잡담이 '0분'이었다고 답한 사람이 40%를 넘었습니다. 우연히 눈이 마주치거나 지나가다 몇 마디 나누는 것 같은 사내연애물의 기본 문법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워진 시기였던 셈입니다.
다시 채워지는 사무실 그리고 통계
그런데 이 흐름이 최근 눈에 띄게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 실시율은 2021년 21.4%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에는 15.6%까지 떨어졌습니다. 주3일 이상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의 비율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유입니다. 재택근무가 줄었다고 답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동료나 거래처와 직접 대화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출근을 강제한 것이 아니라 대면 접촉에 대한 갈증이 오피스 복귀를 이끈 동력 중 하나였다는 뜻입니다.
사내연애 자체는 사실 꾸준했습니다. 2024년 조사에서 사내연애 경험률은 30.4%로 세 명 중 한 명꼴이었고 교제 상대는 동료가 54.5%로 가장 많았습니다. 2021년 정부 조사에서도 '직장'은 연인과의 만남 계기 중 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즉 사내연애가 새삼 늘어난 게 아니라 그것이 가능해지는 물리적 접촉의 기회 자체가 팬데믹 동안 줄었다가 다시 회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마주하기 시작한 사람들
드라마도 이 회복을 반영합니다. 2024년 니혼TV의 심야 예능·드라마 하이브리드 콘텐츠 <한밤중의 사내연애(真夜中の社内恋愛)>는 아이돌 멤버가 실제 사무실의 후배 사원이라면 어떨지를 상상하는 콘셉트로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의 우연한 스침과 대화 자체를 로맨스의 소재로 전면에 내세웁니다. (국내 정식 스트리밍 플랫폼은 따로 제공되지 않지만 일본 현지에서 실험적인 형식으로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나의 신부군 역시 같은 부서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선후배 관계이기에 가능한 감정선을 촘촘히 쌓아 올립니다. 두 작품 모두 화면 너머가 아니라 같은 공간에 있어야만 생기는 우연을 이야기의 중심에 둡니다.
화면이 아니라 복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결국 사내연애물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사내연애 자체의 유행이 아니라 로맨스가 성립하기 위한 최소 조건인 '우연한 마주침'이 몇 년 만에 되돌아왔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이 잠시 끊어놓았던 그 우연들이 다시 채워진 사무실과 함께 드라마에도 돌아오고 있는 셈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혼밥과 혼술이 로맨틱하게 그려지는 일본 드라마 속 '혼자'의 낭만화를 짚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