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활동 여자의 추천'과 '와카코와 술'로 읽는 일본 혼밥·솔로카츠(ソロ活) 트렌드

 

드라마 솔로활동 여자의 추천(ソロ活女子のススメ)의 첫 장면은 이렇습니다. 편집부 계약사원 사오토메 메구미(五月女恵)는 퇴근 무렵 동료들의 환영회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총총히 회사를 빠져나갑니다. 향하는 곳은 혼자 즐기는 고깃집. 메뉴판을 넘기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먹고 싶은 부위를 시키는 그녀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회식 자리를 마다하고 굳이 혼자를 택하는 이 장면이, 예전이었다면 '사회성 없는 사람'으로 소비됐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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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카츠 이미지 (이미지 : Gemini 생성)

당당하지 못했던 '나 홀로' 시간들

오랫동안 일본 드라마와 예능 속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모습은 친구가 없거나 애인이 없는 사람의 쓸쓸한 단면으로 그려지곤 했습니다. 무리에서 벗어난 사람, 초대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은연중에 따라붙었습니다. 특히 여성이 혼자 식당이나 술집에 들어가는 장면은 코미디에서는 놀림감으로 드라마에서는 동정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혼자 식당에 들어가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자연스러웠던 셈입니다.

30년 데이터가 증명하는 솔로 라이프 트렌드

그런데 이 인식 자체가 서서히 뒤집히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조사가 있습니다.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1993년과 2023년 정확히 같은 질문으로 30년 간격을 두고 비교조사를 했는데 '혼자 있는 편이 좋다'는 응답이 30년 사이 12.8포인트 늘어 2023년에는 56.3%로 처음으로 과반을 넘겼습니다. 

나홀로 라이프 선호도 변화 그래프
나홀로 라이프 트렌드 선호도 변화

혼자 가고 싶은 장소로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영화관을 꼽은 사람도 30년 전보다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게 당연했던 장소들조차 이제는 '혼자 가고 싶다'는 응답이 늘어난 것입니다. 카페에 혼자 앉아 있어도 마음이 편안한 시간으로 '120분 이상'을 꼽은 사람의 비율 역시 크게 늘었는데 예전이라면 두 시간 가까이 혼자 카페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눈치 보이는 일이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24년 크로스마케팅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가 '혼자만의 시간을 늘리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식사와 관련해서 혼자 하고 싶은 일이 여러 항목에서 함께 늘어난 점도 눈에 띕니다.

드라마도 혼자를 '결핍'이 아니라 '취향'으로 그린다

드라마도 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최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지분지칸(自分時間, 나만의 시간)'과, 혼자만의 취미나 여가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솔로활동(ソロ活,솔로카츠)'이 하나의 당당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5년부터 시즌 9까지 이어져 온 <와카코와 술(ワカコ酒)>은 26세 직장인 와카코가 퇴근길에 홀로 술집을 순례하며 안주와 술의 궁합을 음미하는 이야기로 지금까지도 새 시즌이 이어지는 장수 콘텐츠입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혼술이 부럽다"는 반응이 흔하게 따라붙습니다. 시즌 5까지 사오토메의 여유로운 혼자만의 시간을 보여주며 많은 사랑을 받은 솔로활동 여자의 추천은 한 발 더 나아가 제목 그대로 트렌드용어 '솔로카츠'를 전면에 내세워 헬리콥터 투어, 고급 스시, 리무진 등 '원래는 여럿이 즐기는 게 상식'이었던 공간까지 혼자 힘으로 정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두 작품 모두 혼자 있는 순간을 안쓰럽게 그리지 않고 오히려 그 자체로 완결된 사치와 자유로 그려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카메라는 상대방과의 대화 대신 술 한 모금에 반응하는 표정, 고기 한 점을 굽는 손끝의 리듬 같은 디테일에 오래 머물며 혼자만의 시간이 결코 쓸쓸하거나 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처량한 보치메시(ぼっち飯, 외톨이 식사)'에서 '당당한 솔로카츠(ソロ活)'로

결국 혼밥·혼술이 트렌디해진 이유는 혼자 있는 시간 자체가 늘어나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동정'에서 '동경'으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모습이 이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함께일 때보다 혼자일 때 더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걸 드라마가 먼저 알아채고 있는 셈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흐름의 원조 격인 <고독한 미식가(孤独のグルメ)>류 미식 드라마가 여전히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마무리

보치메시(ぼっち飯, 외톨이 식사)라는 자조적인 단어에서 당당한 문화인 솔로카츠(ソロ活)로 진화하기까지 일본 사회가 보여준 변화는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를 재발견해 나가는 과정인 듯합니다.혼자라는 사실에 움츠러들지 않고 그 시간을 주도적으로 즐기는 일본인들의 일상은 결코 외롭지 않으며 오히려 누구보다 단단하고 풍요롭습니다. 오늘 살펴본 일본의 혼밥·혼술 트렌드처럼 우리 삶 속에서도 나만의 속도로 걷는 시간들이 더욱 다채롭게 존중받기를 기대해 봅니다.

누구에게도 맞추지 않고 오직 내 기분에만 집중하는 시간, 여러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나 홀로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오늘 하루쯤은 나 자신을 가장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며 혼자만의 사치를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잠깐! 일본 '1인 문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용어 정리

  • 솔로카츠(ソロ活): 적극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이나 취미 활동을 즐기는 행위를 뜻합니다. '솔로(Solo)'와 활동을 뜻하는 '카츠도(活動)'의 합성어입니다.
  • 보치메시(ぼっち飯): 외톨이를 뜻하는 '히토리봇치(一人ぼっち)'와 밥을 뜻하는 '메시(飯)'가 합쳐진 말로 과거 혼자 쓸쓸히 먹는 밥을 자조적으로 부르던 표현입니다.
  • 오히토리사마(おひとりさま): 식당이나 여행지 등에서 1인 고객을 정중하게 부르던 말에서 비롯되어 현재는 독립적으로 당당하게 삶을 즐기는 싱글족을 통칭하는 긍정적인 단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 지분지칸(自分時間):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의무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나만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 히토카라(ヒトカラ): '혼자(一人)'와 '노래방(カラオケ)'의 줄임말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부르기 위해 혼자 코인노래방이나 가라오케에 가는 문화를 말합니다.
  • 히토리 야키니쿠(一人焼肉): 대표적인 다인용 외식 메뉴였던 고깃집을 1인 전용 좌석과 불판을 이용해 혼자 즐기는 문화입니다.
  • 히토리노미(一人飲み / ひとり飲み): 퇴근길이나 주말에 혼자 술집(이자카야, 바 등)을 찾아 술과 안주를 음미하는 '혼술' 문화입니다.  <와카코와 술(ワカコ酒)>의 핵심 테마이기도 합니다.
  • 솔로캠(ソロキャン): '솔로 캠핑(ソロキャンプ)'의 줄임말로 다른 사람과의 일정 조율 없이 오롯이 자연 속에서 혼자 텐트를 치고 불멍과 요리를 즐기는 캠핑 스타일입니다.
  • 히토리타비(一人旅 / ひとり旅): 누구에게도 맞추지 않고 본인의 취향과 속도대로 떠나는 '나 홀로 여행'을 뜻합니다.
  • 히토리 사우나(一人サウナ / 個室サウナ): 대중목욕탕 대신 1인 전용 룸에서 타인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휴식을 취하는 프라이빗 사우나 문화입니다.
*본 원고에 인용된 통계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의 「ひとり意識・行動調査 1993/2023」(30년 추적 비교조사)를 근거로 하며, 저작권 규정에 따라 수치와 논지를 요약·재구성하였습니다. 직접 인용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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