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거부' 여주인공과 '싱글파더'가 그리는 새로운 가족: 일본 드라마 속 공동육아 트렌드

일본 드라마 <사이온지 씨는 집안일을 하지 않아(西園寺さんは家事をしない)>와 <아빠와 아버지의 우리집밥(パパと親父のウチご飯)> 속 공동육아 트렌드 비교 썸네일
 

일본드라마에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 밥을 먹고 아이의 내일을 고민하는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가족이라는 견고한 울타리가 흔들리는 자리마다 저마다의 사정을 품은 이들이 새로운 연대의 방식으로 일상을 지탱해 나가고 있습니다.

앱 다운로드 500만 건을 이끈 유능한 프로덕트 매니저 사이온지 이쓰키(西園寺一妃)의 삶을 지탱하는 철칙은 단 하나, '가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충분한 커리어와 경제력으로 완성한 그녀의 완벽한 독신 생활은 네 살배기 딸을 홀로 키우는 엔지니어 쿠스미 토시나오(楠見俊直)를 만나며 예상치 못한 균열을 맞이합니다. 2024년 방영된 TBS 화요드라마 <사이온지 씨는 집안일을 하지 않아(西園寺さんは家事をしない)>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제시합니다.

가사를 거부하던 여자와 싱글파더가 만났을 때

이쓰키 역은 마쓰모토 와카나(松本若菜)가 맡았는데 프라임 타임 드라마 첫 단독 주연작이었습니다. 상대역인 쿠스미 역은 그룹 SixTONES의 마쓰무라 호쿠토(松村北斗)가 연기했습니다.

딸 루카를 홀로 키우며 일과 육아 사이에 고군분투하는 쿠스미와 커리어는 완벽하지만 집안일에는 철저히 선을 긋는 이쓰키가 어쩌다 한 지붕 아래서 아이를 위해 '가짜 가족'으로 살게 됩니다. 

조력자가 된 두 사람의 일상은 "피가 섞이지 않은 타인이 어떻게 서로의 빈틈을 메우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인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가사를 거부하는 여성 캐릭터를 비난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라이프스타일의 한 형태로 그려내고, 그안에서 공동육아라는 새로운 연대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사회적 의미를 지닙니다.

아빠 둘, 아이 둘이 한집에 산다는 것

접골원을 운영하는 센고쿠 테쓰(千石哲)는 갑자기 전 여자친구의 딸을 맡게 됩니다. 만화 편집자인 하루미 마사히로(晴海昌弘)는 이혼 후 아들을 데려와 혼자 키우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사정으로 싱글파더가 된 두 남자는 결국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아빠 둘 + 딸 + 아들"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갑니다. 

이 작품은 토요다 유(豊田悠)의 만화가 원작이며, 2025년 TV아사히(テレビ朝日) 심야 시간대에 방영된 뒤 화제를 모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아빠와 아버지의 우리집밥>이라는 제목으로 웨이브(Wavve) 등 주요 OTT를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각 화의 부제가 그날 등장하는 요리 이름으로 붙는다는 점도 특징적입니다.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낯선 두 가족이 조금씩 하나의 식탁으로 모여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두 작품 모두 부모 중 한쪽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작하지만, 그 빈자리를 새로운 배우자나 애인이 아니라 '함께 키우는 동료'로 채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혈연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관계가, 육아라는 실질적인 노동을 매개로 가족에 가까운 형태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

통계로 보는 한부모·공동육아의 현실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배경에는 가족 구조의 변화가 있습니다. 일본의 한부모가정은 모자가정 약 119만 5천 세대, 부자가정 약 14만 9천 세대로, 40년 전과 비교하면 약 1.5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한부모가정이 된 사유 중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이릅니다.

한편 아버지의 육아 참여를 보여주는 지표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2024년도 남성 육아휴직 취득률은 40.5%로 처음 40%대에 올라섰고, 이는 전년도 30.1%보다 10.4포인트나 상승한 수치입니다. 정부는 2025년도 50%, 2030년도 85%라는 목표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이를 직접, 그것도 다른 남성과 함께 키우는 모습이 더 이상 예외적인 설정으로 느껴지지 않게 된 데에는 이런 흐름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혈연관계보다 일상의 끼니를 나누는 연대가 더 든든한 보호막이 되는 현실은 고립된 육아의 짐을 개인이 온전히 감당할 수 없게 된 사회 구조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두 편의 드라마가 제시한 기묘한 동거는 단순한 판타지적 위로가 아니라 기존의 가족 제도가 미처 돌보지 못한 틈새를 어떻게든 메워보려는 사람들의 절박하고도 실천적인 생존 방식인 셈입니다.



참고 자료 : <아빠와 아버지의 우리집밥(パパと親父のウチご飯)>과 <사이온지 씨는 집안일을 하지 않아(西園寺さんは家事をしない)>의 시놉시스·캐스팅 정보는 오리콘·영화나탈리·위키백과 등 작품 소개 페이지를 참고했습니다. 한부모가정 및 남성 육아휴직 통계는 후생노동성「전국 한부모가구 등 조사(全国ひとり親世帯等調査)」를 인용한 매체 기사와 니혼생명 기초연구소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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