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의 두 사람(団地のふたり)' : 소꿉친구가 노후 단지(団地)로 다시 돌아온 이유

일본 드라마 <단지의 두 사람(団地のふたり)> 공식 포스터. 고바야시 사토미(왼쪽, 채소 봉투 소지)와 고이즈미 교코(오른쪽, 머그잔 소지)가 쇼와풍 단지 배경의 벤치에 앉아 다정하게 미소 짓고 있습니다. 포스터 상단에는 일본어 제목 '団地のふたり'와 '変わらない日々,変わらない友情' 문구가 적혀 있으며, 따뜻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때 결혼도 하고 한창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어린 시절 살던 쇼와(昭和)풍 단지(団地)로 돌아온 두 여성, 오타 노에(太田野枝)와 사쿠라이 나쓰코(桜井奈津子). 서로의 작은 부끄러움도 자랑도, 진심이었던 첫사랑의 행방까지 다 알고 있는 사이라 이제 와서 새삼 뭔가를 꾸밀 필요가 없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가라앉은 하루의 마음을 다시 부풀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 2024년 NHK BS 드라마 <단지의 두 사람(団地のふたり)>입니다.

소꿉친구가 다시 단지로 돌아온다는 것


대학 비상근 강사이자 이혼 경력이 있는 노에 역은 고이즈미 교코(小泉今日子)가, 프리마켓 앱으로 생계를 잇는 일러스트레이터 나츠코 역은 고바야시 사토미(小林聡美)가 맡았습니다. 두 배우 모두 한 시대를 대표해온 배우들인 만큼, 서로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대사와 표정만으로 극을 끌고 가는 힘이 상당합니다.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케미"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며 일요일 저녁에 어울리는 잔잔한 드라마라는 평가와 함께 폭넓은 연령대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필자 역시 두 배우가 별다른 사건 없이 그저 밥을 먹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만으로도 채널을 고정하게 만드는 힘을 느꼈습니다.

원작은 소설가 후지노 치야(藤野千夜)의 동명 소설이며, 드라마는 2024년 9월부터 11월까지 NHK BS '프리미엄 드라마(プレミアムドラマ)' 시간대에서 첫 방영되어 방송 비평상인 갤럭시상(ギャラクシー賞) 월간상을 수상하며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일본 최대 콘텐츠 리뷰 사이트인 필름마크스(フィルマークス)에서 2천 건 이상의 리뷰와 평점 4점대 이상의 높은 평가를 기록할 만큼 시청자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2026년 7월부터는 NHK 종합 채널의 '드라마 10(ドラマ10)' 시간대로 지상파 재방영이 시작되며 더 넓은 시청층과 다시 만나고 있습니다. BS 프리미엄이라는 다소 마니아틱한 채널에서 시작해 입소문과 수상 실적을 발판으로 지상파 골든타임급 시간대까지 올라온 흐름 자체가 이 작품이 단순한 화제작을 넘어 꾸준한 재평가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변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계속 변하는 곳


이 드라마를 소개하는 글들이 공통적으로 짚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단지라는 공간은 겉보기엔 그대로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무대라는 것입니다. 노에와 나쓰코가 나고 자란 그 단지는 지금 두 사람이 어린 시절 봤던 풍경과는 이미 많이 다른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 국토교통성(国土交通省) 조사에 따르면,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노후 단지가 전체의 20%를 상회하며, 이런 노후 단지 중 상당수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30%를 넘습니다. 이는 일본 전체 고령화율 26.6%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1960~80년대에 조성된 센리(千里), 다마(多摩), 고호쿠(港北) 같은 대표적인 뉴타운은 당시 젊은 세대가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입주했던 곳들입니다. 자녀 세대가 독립해 떠나면서 남은 입주민들의 연령대가 고르게 높아졌고, 그 결과 지금은 일본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지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드라마 속 노에와 나쓰코가 "돌아온" 단지 역시 이런 현실 위에 세워진 무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돌아온다는 선택이 낯설지 않은 이유


한때는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설정이 요즘 일본 드라마에서 낯설지 않게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화려하게 도시에서 일하다가도 결혼 생활이 끝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결국 예전에 알던 자리로 돌아오는 인물들. 이런 이야기가 반복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돌아갈 곳"에 대한 공감대가 시청자들 사이에 넓게 퍼져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본 전체의 빈집률이 2023년 기준 13.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중 4분의 3 이상이 1980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오래된 단지들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빈 공간이자 동시에 누군가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이라는 두 얼굴을 함께 갖고 있는 셈입니다.

노에와 나쓰코의 관계가 특별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사이입니다. 젊은 시절의 성공이나 실패, 결혼과 이혼 같은 이력들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노후 단지라는 공간 안에서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고령화된 커뮤니티가 여전히 품고 있는 가능성일지도 모른다고 느껴집니다. 빈집이 늘어나는 통계 뒤에는 이렇게 조용히 돌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자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아빠와 새아빠가 함께 육아를 나누는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가족이 밥상을 함께 차리는 방식을 짚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団地のふたり>의 시놉시스와 캐스팅·수상 정보는 오리콘·NHK 공식 소개 페이지와 일본어 위키백과를 참고했습니다. 단지 고령화 및 빈집률 통계는 국토교통성 자료를 인용한 nippon.com 기사와 부동산 통계 전문 매체의 관련 기사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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