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삶"에서 "불완전고용"으로 — 일본 드라마가 그린 프리터 이미지의 변천

프리터 집을 사다와 히라야스미로 살펴보는 일본 프리터 이미지 변천사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 속에는 수십 년간 사회가 겪어온 풍파와 세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프리터(フリーター)'라는 이름 역시 그렇습니다.

한 가정을 구하기 위해 땀 흘리며 달렸던 2010년의 청년과, 남들이 보기엔 조금 느릴지라도 자신만의 온도로 일상을 가꿔가는 2025년의 청년. 이 두 젊은이들를 통해 일본의 지난 40년간 고용의 풍경과 청년의 심리를 드라마가 어떻게 기록해 왔는지 그 궤적을 짚어봅니다.

2010년의 청년은 신입사원으로 들어간 회사를 3개월 만에 그만두고 그 뒤로 딱히 되고 싶은 것 없이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25세 청년 타케 세이지(武誠治)입니다. 그의 무기력한 삶을 뒤흔든 것은 어머니의 우울증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위해 새집을 사겠다"고 결심한 세이지가 토목 공사 현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서서히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 바로 2010년 후지TV(フジテレビ) 화요 드라마 <프리터, 집을 사다(フリーター、家を買う。)>입니다.

"프리터"라는 말은 원래 자유의 상징이었다

세이지처럼 불안하고 방향을 잃은 프리터의 모습이 이제는 일본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다가오지만, 사실 이 말이 처음 탄생했을 때의 사회적 이미지는 정반대였습니다. "프리터(フリーター)"는 영어 프리(free)와 독일어 아르바이터(Arbeiter, 노동자)를 합친 일본식 조어로, 1987년 리쿠르트(リクルート)사의 아르바이트 정보지『프로무 에(From A)』 편집부가 처음 제시하며 널리 퍼졌습니다.

버블경제가 절정에 달했던 당시 미디어에서는 프리터를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는 세련된 삶의 방식"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규직 취업 대신 자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선택해 여가나 꿈을 좇는 청년들의 모습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조명받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불안정한 비정규직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사회적 평가는 차갑게 돌아섰습니다. 특히 2000년대 "취업빙하기(就職氷河期)"를 거치며 프리터는 자발적 선택이 아닌 취업 문이 닫혀 어쩔 수 없이 떠안게 되는 '불완전고용'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3개월 만에 퇴사하고 방황하던 세이지의 절망은 이처럼 부정적으로 변화한 2000년대 프리터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세이지 역의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보여준 현실적 성장

주인공 타케 세이지 역은 니노미야 카즈나리(二宮和也)가 맡아 특유의 현실감 넘치는 생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세이지를 품어주는 토목회사 사장 다이에츠 사다오(大悦貞夫) 역은 오오토모 코헤이(大友康平)가, 어머니 타케 스미코(武寿美子) 역은 아사노 아코(浅野温子)가 열연했습니다.

원작은 아리카와 히로(有川浩)의 동명 소설입니다. 세이지는 공사장에서 몸을 쓰는 정직한 노동을 통해 '집을 사서 가족을 구하겠다'는 손에 잡히는 목표를 세우며 비로소 방황을 끝냅니다. 막연한 취업 압박보다 땀 흘려 번 돈과 명확한 과제가 청년을 일으켜 세운다는 전개는 지금 다시 보아도 여전히 강한 설득력을 지닙니다.

15년 후 불안을 내려놓은 무해한 프리터의 등장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25년 가을 방영된 NHK 밤 드라마(夜ドラ) <히라야스미(ひらやすみ)>는 전혀 다른 결의 프리터를 그려냈습니다. 오카야마 아마네(岡山天音)가 연기한 29세 프리터 이쿠타 히로토(生田ヒロト)는 정규직도 애인도 없지만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장래의 불안감조차 지니지 않은 마이페이스 인물입니다.

무해한 인품으로 친해진 동네 할머니에게 단층집(平屋)을 물려받은 그는 도쿄로 상경한 사촌 여동생과 소박한 동거를 시작하며 주변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담담하게 어루만집니다. 원작은 신조 케이고(真造圭伍)의 인기 만화입니다.

세이지와 히로토를 나란히 놓으면 프리터라는 단어가 지나온 궤적이 선명해집니다. 1980년대 버블기의 '낭만적 자유'에서 2000년대의 '절박한 불완전고용'으로, 그리고 2020년대에는 '불안해하지 않는 삶'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다만 히로토의 여유는 과거 버블기의 막연한 낙관과는 결이 다릅니다. 고도성장기가 끝난 저성장 사회를 담담히 받아들인 뒤 찾아오는 조용한 긍정에 가깝습니다.

통계가 말해주는 여전한 현실의 무게

2025년 일본의 청년 프리터(15~34세) 수는 139만 명으로 전년 대비 3만 명 증가했습니다(일본 총무성 노동력조사 기반 보도).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청년 프리터의 78.3%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응답했으며, 정규직을 희망하는 이유로는 "고용의 안정성"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드라마 속 청년의 초상이 한결 여유로워졌을지라도 현실 속 고용 지표는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세이지의 치열한 분투와 히로토의 담백한 일상은 결국 같은 팍팍한 노동 현실 위에서 청년들이 선택한 서로 다른 생존의 표정일지도 모릅니다.

시대의 풍경은 변하고 미디어가 비추는 청년의 얼굴은 한결 여유로워졌지만 그들이 마주한 사회적 무게는 여전히 가볍지 않습니다. 결국 프리터라는 단어가 지난 40년간 그려온 궤적은 단순히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넘어 변화하는 고용 구조 속에서 청년들이 어떻게 삶의 존엄을 지켜내고자 분투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거울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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