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지속가능한 사랑입니까?'로 본 '혼활(婚活)'의 모든 것

 

일본 드라마 《지속가능한 사랑입니까?》에서 요가하는 딸 사와다 쿄카와 아버지 사와다 린타로의 모습
드라마 참고 이미지

요가 강사 사와다 쿄카(沢田杏花)는 2년 전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사전 편찬 일을 하는 아버지 사와다 린타로(沢田林太郎)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다 아내가 몰래 남겨 두었던 이혼신고서를 발견하고 충격에 빠집니다. 

부부 사이에 자신이 몰랐던 균열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린타로는 제2의 인생을 살아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딸에게 이렇게 제안합니다. "우리, 같이 혼활(婚活)하지 않을래?"

'혼활'이라는 말이 생겨난 순간

결혼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일이 아니라 취업 준비처럼 적극적으로 '활동'해서 얻어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 이 발상에서 나온 말이 혼활(婚活)입니다.

 2007년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가 저널리스트 시라카와 모모코(白河桃子)와의 인터뷰 중 이 말을 처음 제안했습니다. 취업활동을 뜻하는 '슈카츠(就活)'의 아날로지로 만든 조어로 처음에는 '케츠카츠(結活)'라는 이름도 검토했지만 발음이 어려워 '콘카츠(婚活)'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이듬해인 2008년 두 사람이 함께 낸 책「혼활 시대」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 말은 일본 사회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참고로 야마다는 1997년에도 부모와 함께 살며 독신을 유지하는 젊은이를 가리켜 '패러사이트 싱글(パラサイト・シングル)'이라는 말을 만든 사회학자입니다.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회현상에 집중했던 그의 연구가 10년 사이 '왜 결혼하지 않는가'에서 '어떻게 하면 결혼할 수 있는가'로 옮겨간 셈이기도 합니다.

결혼도 '활동'해야 하는 시대

드라마 <지속가능한 사랑입니까? ~아버지와 딸의 결혼행진곡~(持続可能な恋ですか?〜父と娘の結婚行進曲〜)>이 그리는 상황은 과장이 아닙니다. 

결혼정보서비스 기업 IBJ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를 통해 성사된 결혼은 12,527쌍으로 일본 전체 혼인 건수 489,281쌍의 약 2.6%에 달했습니다. 민간기업 한 곳이 전체 혼인의 40쌍 중 1쌍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50세 시점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생애미혼율도 2020년 기준 남성 약 28%, 여성 약 18%로 계속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결혼상담소에 새로 가입하는 이유로는 '주변의 결혼 소식에 조바심을 느껴서(34.7%)', '매칭 앱이나 혼활 파티에서 결과를 얻지 못해서(23.7%)'가 가장 많이 꼽혔습니다. 자연스러운 만남만으로는 결혼에 이르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통계로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셈입니다. 

결혼상담소를 이용하는 연령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30~40대 이용자가 많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20대 가입 비율이 눈에 띄게 늘고 있고 부부가 만난 계기 중 '인터넷을 통해서'라고 답한 비율도 최근 조사에서 9.1%포인트나 상승했습니다. 

결혼상담소를 포함한 '맞선혼'의 비율 역시 2010년 이후 9.9%까지 올랐습니다. 자유연애가 당연해진 사회에서 오히려 예전 방식에 가까운 중개형 만남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셈입니다.

혼활은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점은 혼활에 나서는 사람이 33세 딸만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아내와 사별한 아버지 역시 딸과 나란히 혼활 파티장에 앉습니다. 

그동안 혼활이라는 말이 주로 청년층의 결혼난과 엮여 이야기됐다면 이 드라마는 배우자를 잃은 중장년층에게도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아버지의 혼활과 딸의 연애가 나란히 진행되면서 두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배워갑니다. 부모와 자식이 같은 고민을 안고 나란히 걷는다는 설정 자체가 혼활이 특정 세대만의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마무리

통계 숫자들이 보여주듯 일본사회에서 결혼은 당연한 귀결이 아니라 치열한 '활동'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새로운 관계를 향한 바램만큼은 세대를 불문하고 살아있음을 증명해 냅니다. 

드라마에서 딸과 아버지가 나란히 인생의 다음 장을 준비하듯 혼활은 단순히 짝을 찾는 행위를 넘어 각자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홀로 사는 삶에 익숙해진 현대 사회에서 타인과 연결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묘한 설렘과 깊은 공감을 동시에 전해줍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고독사를 계기로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인물을 통해 혼활에 이어 최근 늘고 있는 일본의 종활(終活) 드라마를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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