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주의 정석>의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를 위한 홈술상 |
부동산 회사 ‘홉 하우징(ホップハウジング)’에서 일하는 이자와 미유키(伊澤美幸)에게는 하루를 지탱하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밤 퇴근 후 가장 맛있는 한 잔을 마시는 것입니다.
사고 물건을 찾는다는 수상한 손님을 상대하다가도, 최고의 반주를 위해 갑자기 등산을 감행하다가도,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퇴근 후 마실 술과 그에 어울리는 안주 생각뿐입니다. 술을 맛있게 마시기 위해 하루 전체를 설계하는 여자. 그것이 이 드라마의 전부입니다.
<반주의 정석(晩酌の流儀)> 술이 아닌 하루 전체를 설계하는 드라마
2022년 TV 도쿄(テレビ東京) 심야 시간대에서 시작한 <반주의 정석(晩酌の流儀)>은 배우 구리야마 지아키(栗山千明) 주연으로, 현재 시즌 5(여름 편)까지 이어지고 있는 장수 시리즈입니다. 매주 금요일 심야 0시 52분이라는 늦은 편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다른 요리 드라마와 구별되는 지점은 특별한 레스토랑이나 진귀한 식재료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통조림 고등어나 근처 슈퍼 '쓰루마트(ツルマート)'에서 파는 흔한 재료로 뚝딱 안주를 만듭니다. 방영 종료를 앞둔 8월에는 극 중 레시피를 모은 공식 책까지 발매되었는데, 화면 속 요리를 누구나 집에서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는 '재현성'이 이 시리즈의 핵심 매력입니다.
데이터로 보는 화면 밖의 현실: 밖에서 안으로 옮겨온 술자리
이 드라마가 호응을 얻는 배경은 통계로도 선명하게 확인됩니다. 리크루트(リクルート)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술을 마시는 빈도'가 늘었다고 답한 사람은 약 22%, 그중 '혼자 마시는 반주'가 늘었다고 답한 사람도 약 17%에 달했습니다.
총무성 가계조사를 인용한 닛세이 기초연구소(ニッセイ基礎研究所)의 분석을 보면, 2020년 3월 이후 외식으로 쓰는 '음주대' 지출은 줄어든 반면, 가정에서 마시는 '주류' 지출은 오히려 늘었으며 특히 주하이(チューハイ)나 칵테일류의 증가 폭이 컸습니다.
단순히 장소만 바뀐 것이 아니라 '마시는 방식' 자체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2010년 194곳이던 지역맥주(地ビール,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은 2020년 405곳으로 두 배 늘었고, 니혼슈(日本酒) 역시 대량 생산되는 보통주 대신 쌀 본연의 향을 살린 준마이슈(純米酒) 소비가 늘고 있습니다. 마시는 양보다 마시는 방식에 공을 들이는 '취미 음주'가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집에서 술을 마실 때 무엇을 함께 즐기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앞선 리크루트 조사에서 'TV로 드라마를 본다'는 응답이 33.4%로 예능 프로그램 시청과 나란히 1, 2위를 다퉜습니다. <반주의 정석(晩酌の流儀)> 같은 드라마가 홈술족들의 텅 빈 옆자리를 정확히 채워주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 하고 싶어지는 소박한 위안
이 드라마가 5년 가까이 시즌을 이어가는 이유는 거창한 성공담이나 판타지가 아니라 누구나 오늘 밤 당장 따라 할 수 있는 소박한 위안을 건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극 중 레시피는 대부분 캔이나 냉동식품, 슈퍼 반찬 코너의 재료를 살짝 손보는 수준이어서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습니다. 밖에서 마시던 한 잔이 집으로, 그리고 화면 속 레시피가 우리 집 냉장고 재료로 이어지는 이 흐름은 거창한 트렌드라기보다 '하루의 끝을 스스로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 가장 맞닿아 있습니다.
혼밥·혼술의 낭만화가 주로 밖에서의 시간을 그렸다면 이 드라마는 그 낭만이 이제 집 안,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걸 보여주는 셈입니다.
마무리
여러분도 오늘 저녁은 냉장고 속 평범한 재료를 활용해 나만의 '반주의 정석'을 설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다음 편에서는 매 분기 쏟아지듯 방영되는 '불륜' 소재 드라마들을 통해 반세기 가까이 반복되어 온 이 장르가 지금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드라마 시놉시스와 방영 정보는 테레비도쿄·BS테레비도쿄 공식 홈페이지와 TV가이드Web을 참고했습니다. 가정 음주 관련 통계는 리쿠르트의「家飲み実態調査」와 니세이기초연구소의 가계조사 분석, 지비루·니혼슈 소비 동향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