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싱글의 변천사: 일드로 읽는 '아라포(アラフォー)'


 
일본 드라마 <Around40 ~주문 많은 여자들~(Around40〜注文の多いオンナたち〜)>의 주인공 오가타 사토코(緒方聡子)가 료칸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과 아라포(アラフォー) 타이틀 로고
드라마 <Around40> 속 나 홀로 여유를 만끽하는 참고 이미지


39세 정신과 의사 오가타 사토코(緒方聡子)는 5년째 애인도 없이 혼자 고급 료칸에 묵으며 만담 비디오를 보는 취미를 즐기며 '나 홀로' 일상을 온전히 누리고 있습니다.

마흔을 앞둔 동창회에서 전업주부 친구가 "아이를 원하면 지금 당장 결혼해야 한다"며 다그치지만 사토코는 딱히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일에 보람을 느끼고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으며 함께 놀 친구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흔을 마주한 세대, '아라포(アラフォー)'의 탄생

2008년 TBS 금요드라마로 방영된 <Around40 ~주문 많은 여자들~(Around40〜注文の多いオンナたち〜)>은 제목 그대로 이 드라마에서 '아라포(アラフォー, Around40의 줄임말)'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습니다.

방영 당시 큰 화제를 모으며 그해 신조어·유행어대상까지 수상했습니다. 극은 사토코를 중심에 두고 마흔 전후 여성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마주하는 고민과 갈등을 입체적인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배 모리무라 나오(森村奈央)부터 결혼했지만 초조함에 시달리는 동창 다케우치 미즈에(竹内瑞恵)까지 이 드라마는 '마흔 즈음 여성의 행복'이라는 게 하나의 정답으로 정리될 수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비혼 남성의 마흔을 그린 <결혼할 수 없는 남자(結婚できない男)>

마흔 전후 여성들의 삶이 본격적으로 조명되기 앞서 2006년에는 독신 남성의 시선에서 비혼의 삶을 정면으로 다룬 이야기가 먼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 된 <결혼할 수 없는 남자(結婚できない男)>입니다. 주인공 쿠와노 신스케(桑野信介)는 유능한 건축가지만 별난 성격 탓에 여자들에게 늘 외면당하는 인물입니다.

집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게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그는 이렇게 잘라 말합니다. "나는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40번째 생일을 혼자 보내던 날 급성 복통으로 실려 간 병원에서 만난 여의사 하야사카 나츠미(早坂夏美)가 차트를 보더니, 자정 5분 전 침대 곁으로 다가와 "생일 축하해요"라고 건넨 한마디에 신스케는 진찰대 위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칩니다.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16.9%, 최종화 22.0%를 기록하며 '아라포 독신 남성'을 다루는 미디어 특집이 따로 기획될 정도로 사회현상이 됐습니다.

2019년에는 13년 만의 속편 <아직 결혼할 수 없는 남자(まだ結婚できない男)>가 방영돼 1화 무료 다시보기 재생수 200만 회를 넘기며 방송사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고, 같은 해 열린 '아베 히로시(阿部寛) 역대 출연작 인기 투표'에서는 <트릭(TRICK)>시리즈나 <변두리 로켓(下町ロケット)>같은 다른 대표작들을 제치고 이 작품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확장되는 아라포의 스펙트럼, BL 장르로의 진화

아라포 소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흥미로운 건 그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5년 7~9월 방영된 <40까지 하고 싶은 10가지(40までにしたい10のこと)>는 마흔을 3개월 앞두고 10년 넘게 애인 없이 지내온 '시든 아라포 상사' 도조 스즈메(十条雀)와 그의 마음을 흔드는 아라사 부하 다나카 게이지(田中慶司)의 오피스 러브스토리를 그린 BL 드라마입니다.

원작 만화는 누적 발행부수 100만 부를 넘겼고 방영 당시 매회 SNS 트렌드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Around40>이 여성의 아라포를, <결혼할 수 없는 남자>가 비혼을 선택한 남성의 아라포를 그렸다면, 이 작품은 아라포라는 소재가 이제 BL 장르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통계로 보는 변화 — 반으로 줄어든 결혼, 늦어진 결혼 연령

이 흐름은 통계로도 뒷받침됩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연령은 1975년 남편 27.0세·아내 24.7세에서 2024년 남편 31.1세·아내 29.8세로 올랐습니다. 50년 사이 남성은 4.1세, 여성은 5.1세가 늦어진 셈입니다. 

같은 기간 혼인 건수는 1972년 약 109만 9천 쌍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에는 약 48만 5천 쌍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결혼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면서, 결혼하지 않은 채 마흔을 맞는 사람의 존재가 더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게 된 것입니다. 

<Around40>이 방영된 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라포'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같은 소재가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그 시절 사토코와 신스케가 마주했던 질문이 그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마무리

'아라포(アラフォー)'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마흔 언저리의 싱글 라이프는 미디어에서 일종의 '별난 고집'이나 '특별한 선택'처럼 비치곤 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사토코와 신스케가 던졌던 질문은 2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우리 사회의 가장 보편적인 현실로 스며들었습니다. 이제 대중문화 속 마흔의 서사는 이성애 로맨스나 비혼의 변명을 넘어 다양한 장르와 삶의 형태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결국 마흔이라는 나이는 사회가 정해놓은 통과의례를 치러야 하는 마감선이 아니라 온전히 나만의 삶과 행복의 형태를 재정의하는 새로운 출발점일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통계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속도로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아라포'의 일상이 충분히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서른 전후 독신 여성들이 결혼과 연애를 둘러싼 압박감과 씨름하는 드라마를 통해 아라사 세대가 마주하는 고민을 짚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 본문의 드라마 시놉시스 및 화제성 내용은 각 방송사 공식 소개 페이지와 일본 위키백과(Wikipedia)를 참조하였으며, 초혼연령 및 혼인 건수는 일본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인구동태통계(人口動態統計)』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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