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라레바 아가씨(東京タラレバ娘)' 크리스마스 케이크론부터 초혼연령 30세 시대까지

 

드라마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東京タラレバ娘) 속 선술집에 모여 고민하는 서른 살 독신 여성 세 명의 모습
드라마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東京タラレバ娘)> 스틸컷


서른 살 각본가 카마타 린코(鎌田倫子)는 8년 전 자신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적 있는 프로듀서 하야사카(早坂)로부터 "중요한 얘기가 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친구들은 "이번엔 프로포즈 아니냐"며 부추기고 린코도 은근히 기대를 품고 자리에 나갑니다. 하지만 하야사카가 꺼낸 반지는 린코를 위한 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여자에게 줄 반지의 사이즈를 재기 위해 손가락 크기가 비슷한 린코를 이용한 것뿐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불쑥 나타난 금발의 남자 KEY는 무너진 린코와 친구들을 향해 이렇게 쏘아붙입니다. "그때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그런 '타라레바' 얘기만 하는 여자들이네."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가 폭로한 독신 여성들의 현실

2017년 방영된 드라마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東京タラレバ娘)>는 서른 즈음의 독신 여성 세 친구가 무의미한 가정법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흘려보내는 시간을 그립니다. 

원작 만화는 누적 260만 부를 넘긴 베스트셀러입니다. '타라레바'는 '~했더라면'을 뜻하는 일본어 조사를 딴 말로 붙잡지 못한 과거의 기회들을 곱씹기만 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이 드라마가 아프게 다가오는 지점은 등장인물들이 딱히 게으르거나 무책임해서가 아니라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 속에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았을 뿐인데도 서른을 넘겼다는 데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에서 아라사까지, 나이를 옥죄어온 이름들

여성을 나이로 재단하는 말은 이 드라마가 처음 만든 게 아닙니다. 1980년대에는 여성의 결혼 적령기를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판매 곡선에 비유한 '크리스마스 케이크론'이 유행했습니다. 24일(24세)까지는 잘 팔리고 25일(25세)에도 그럭저럭 팔리지만, 26일(26세)이 지나면 팔리지 않는다는 노골적인 은유였습니다. 

실제로 1980년 일본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이 25.2세였다는 점이 이 비유에 현실감을 더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메이지 시대에는 결혼하지 못한 채 나이 든 여성을 '올드미스(オールドミス, 老孃)'라 불렀고 1960년대 후반에는 그보다는 완곡한 '하이미스(ハイミス)'라는 말이 쓰였습니다. 

2005년 무렵 등장한 '아라사(アラサー)'는 이런 노골적인 낙인의 계보 속에서 구체적인 나이를 밝히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나이를 전달하기 위해 여성지가 고안해낸 말이었습니다. 표현은 완곡해졌지만 '그 나이대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시선 자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론 시절부터 지금까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셈입니다.

초혼연령 30세 시대, 여전히 재생산되는 '나이의 벽'

2020년 일본 국세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의 미혼율은 남성 31.9%, 여성 23.3%로 모든 연령대에서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1980년 25.2세였던 여성 평균 초혼연령은 이제 30세에 가까워졌습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론이 기준으로 삼았던 '25세'는 이제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숫자가 된 셈인데도 '적당한 결혼 시기'를 둘러싼 압박감 자체는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문제의식은 이후 작품에서도 이어집니다. 2022년 방영된 <30까지 시끄러워서(30までにうるさくて)>는 29세 독신 여성들이 나이에 얽매여 살아야 하는 현실에 대한 초조함과 분노를 유머러스하면서도 통렬하게 그렸습니다. 

2026년 7월부터는 후지TV에서 <도쿄 미들 30(Tokyo middle 30)>이 방영 중인데, 이 작품은 아라사(アラサー)도 아라포(アラフォー)도 아닌 '미도사(ミドサー)', 즉 35세라는 두 세대 사이의 새로운 구간을 다룹니다. 중국 히트작 <Nothing But Thirty>를 일본판으로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상경한 여성 세 명이 서른다섯이라는 인생의 분기점에서 각자 다른 길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나이를 가리키는 말은 계속 새로 생겨나지만 그 말들이 짚어내는 불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마무리

나이를 규정하는 틀과 유행어는 끊임없이 변해왔지만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 앞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불안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가 정해놓은 시간표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의 속도를 긍정하는 용기일 것입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아들의 독립 이후 빈 시간과 마주하게 된 50대 여성이 스시 장인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빈둥지증후군 이후 제2의 인생을 그리는 방식을 짚어보겠습니다.

*참고 : 본문의 작품 시놉시스는 각 방송사 및 망가피디아(Mangapedia), 일본어 위키백과를 참고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론과 아라사(アラサー) 등의 용어 유래는 신초샤(新潮社) 웹매거진「생각하는 사람(考える人)」의 이이마 히로아키(飯間浩明) 칼럼 및 관련 문헌을, 미혼율과 초혼연령 통계는 일본 총무성 국세조사와 일본생활습관병예방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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